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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16 :: 중국의 배짱 외교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
- 2017.09.25 :: 아웅산 수지의 딜레마
경제적인 얘기부터 조금 하고자 합니다.
중국은 최근 30년 간의 급속한 경제성장 이후로 현재는 인건비와 지대 등의 상승으로 인해 기존의 1,2차 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더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프에 나온 최근 10년 사이만 해도 굉장한 수준의 임금 상승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보다 과거에는 Made in China라는 명성에 걸맞는 값싼 노동력이 존재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10,000 위안은 한화로 현재 약 168만원의 가치가 있는데, 그래프에 따르면 2006년 제조업 근로자의 연봉은 340만원 수준이었으나 2016년에는 1000만원을 넘겨 10년 사이 3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지대나 공장 임대료도 이러한 상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했으며 제곱미터당 몇백원 수준에 불과하던 임대료는 2010년 기준으로 주요 해안의 경우 3000원을 넘겼습니다. 그 외에 운송료, 세금, 재료비 등을 고려해보면 중국의 제조업은 가격경쟁력을 거의 상실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약 196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아간 베트남 노동자를 떠올려보면 이러한 짐작을 쉽게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중국 당국 또한 이러한 현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기에 서부내륙으로의 공장 이전과 첨단 산업으로의 적극적인 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제조업 수준의 경제적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가득합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여전히 낮은 임금과 지대, 가까운 원료 산지라는 강력한 이점을 지니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수출항과의 거리가 너무 멀고 가는 길이 산과 비포장도로 투성이입니다. 대표적인 내륙도시인 청두시나 충칭시는 컨테이너당 운송료만 100만원에 육박합니다. 임금과 지대가 동부 해안에 비해 월등히 싸다 해도 운송비가 그 이익을 상쇄시켜버리는 셈인 것입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철도 신설에 자본과 노력을 엄청나게 쏟고 있으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중국 기업들이 이미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로 빠른 속도로 이주하고 있긴 합니다만)
후자의 첨단산업은 성장세나 잠재력이 굉장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제'에 대한 선입견이 한계선을 이미 그어버렸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휴대전자기기를 떠올려 봅시다. 그 누구도 샤오미와 고급이란 이미지를 연관시키지 않으며 언제나 '값싼, 가성비' 따위의 중국산 그림자가 따라다닙니다. 심지어 중국인들조차도 아이폰이나 삼성을 들고 다니는 것을 더 앞서나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박리다매 정책으로부터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가 없는 셈입니다. 물론, 이쪽도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고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 중이니만큼 앞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상해복합지수 파동과 같은 불안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으니 내부적으로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일 겁니다. 중국에 대한 해외투자도 년단위로 보았을 때 증가와 감소를 오락가락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약 70퍼센트가 홍콩발 투자임을 감안할 때, 이는 더이상 중국이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님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투자 감소는 자연스레 경기의 지표라 불리는 건설업에 타격을 가져왔던 것으로 보이며 남중국 모닝포스트의 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건설업의 침체가 이어질 것 같다하니 전망 또한 매우 어둡습니다.
이러한 경기부양이 최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정권을 잡게 됩니다. 그는 지금까지 쌓아둔 자본을 활용하여 경제적인 중화제국의 건설에 착수하기 시작합니다. 2013년 말 중국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의 설립을 제안했으며 세계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으며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AIIB,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가 설립됩니다. 이 은행의 자본은 약 3/4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오고있으며 중국은 주최국이자 최대주주로서 투자결정 등의 정책 수행에 있어 26%퍼센트의 표결권을 가져갑니다. (여담으로 한국은 3.5% 정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압도적인 표결권은 정치적으로 좋든 싫든 영향력이 생길 수 밖에 없게 되는데, 특정 지역에 돈을 몰아빌려주거나 거부하는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개발을 위해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했을 때 중국 하나의 반대가 2-7위(인도, 러시아, 독일, 한국, 호주, 프랑스)를 합친 것과 맞먹기에 현실적으로 거절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식입니다. 이 은행에 미국과 일본은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는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시진핑은 1년 후인 2014년 11월에 실크로드 펀드라는 것을 만들었으며 이 4조원 규모의 펀드의 목적은 순수하게 인프라시설이 부족한 아시아 지역국가들의 인프라건설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이 원하는 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 자국 자본으로 이루어진 펀드이니만큼 주변 약소국들은 더욱 중국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는 군사력으로 주변국을 압박한 러시아의 정책과는 반대로 압도적인 자금력을 동원해 주변국의 반발을 최소화한 상태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아프리카에서 이러한 투자를 통해 재미를 본 바 있습니다. 투자에 대한 대가로 석유를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시 2013년 말로 돌아가서, 시진핑은 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을 제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전을 하나 제시합니다. 바로 '일대일로' 정책입니다. 뜻풀이를 하면 하나의 구역, 하나의 길이란 뜻으로 21세기판 실크로드를 만들어 동유럽-러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을 하나의 경제벨트로 묶고자 하는 정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여섯개의 육로와 하나의 바닷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대놓고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에 대한 도전을 선언한 셈입니다. 이에 위기 의식을 느꼈는지 오바마 정권 말인 2015년에 미국이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했었습니다만 2017년 1월에 트럼프가 도로 탈퇴해 버렸습니다. 한편 이 일대일로라는 정책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하나의 단체에 회원국들이 가입하는 식이 아니라 중국과 각각의 주변국이 별도의 협상을 맺는 식입니다. 자연스럽게 모든 참여국에 대해 중국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라면 21세기 실크로드가 아니라 21세기 조공무역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시듯이 요즘 사이 안 좋은 한국이랑 일본은 쏙 빼놨습니다.
결국 인프라투자은행과 실크로드 펀드 등으로 중국과 주변국을 잇는 거대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노동공급시장과 소비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한미일, 서유럽이 연결망에서 배제된 것은 자국 제품의 상대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일 겁니다. 그러므로 인도는 중국 입장에서는 도저히 놓치기가 아쉬운 황금알 낳는 거위이고, 인도도 그걸 잘 알기에 버티고 있는 것일 테고요.
트럼프가 세상을 뒤집어 버리겠다는 식으로 엄포만 놓고 있을 때 중국은 이러한 경제적 준비를 해왔었고 한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이 아닌 동남아나 중앙아시아 쪽의 약소국들은 자국의 실리를 챙기기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왔을 겁니다. 또한 남중국해 분쟁이나 시킴 지역 분쟁은 모두 이러한 국제 질서의 재편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위력 과시이자 향후 일대일로 정책에 걸림돌이 될만한 부분을 미리 정리해두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의 쩐다이꽝 주석이나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모두 반중 친미 노선을 타고 있으니 미국과 깊은 협력 관계를 형성하기 전에 처리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기도 합니다. 현재 베트남은 가스 탐사중단을 통해 중국에게 한 수 접어둔 상태이지만 인도는 국력이 국력이니만큼 어디까지 분쟁이 격화될지가 앞으로의 중국의 행보에 큰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과 실크로드 펀드 및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은 대외 경제정책의 성공, 베트남에 대한 외교 승리로 중국이 무섭게 달려나가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중국에 맞설만한 역량을 가진 한미 양국은 연일 이어지는 북한의 무차별 도발에 대처하는 데 급급하여 먼 타국의 일까지 주시하고 있을 수 없는 실정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시험 미사일들이 자주 일본 영토 근처에 떨어지고 있으니 일본 또한 북한 문제를 처리해야 할 우선 과제로 안고 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석유 공급은 적은 투자로 아주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알짜배기 상품이나 다름없습니다. 받아야 할 비난에 비해 조금만 받아도 라이벌들의 시선을 묶어둘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까다로운 국가들의 시선은 먼 동쪽에 묶어둔 채로 인도차이나반도 서편의 항구를 노리며 1962년을 재현시켜주겠다는 중국과 그 날의 복수를 꿈꾸며 제2의 노동강국을 꿈꾸는 인도의 건곤일척의 승부가 예정되어있는 지금, 이 분쟁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조용히 끝날지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질서가 우뚝 서는 계기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국제질서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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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적어두기만 합니다.
아웅산 수지는 군부와의 대립 끝에 국민들의 대대적인 지지로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만 군부의 권한을 대거 축소시키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즉, 내전 상태가 아닌 현재의 안정적인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 것입니다.
로힝야족은 영국 식민지 시절 앞잡이로서 많은 권한을 누리다가 군부의 쿠데타 이후로 완전히 몰락해버렸습니다. 다시 말해, 군부 입장에서는 과거의 원한 때문에 제거할 명분만 생기면 쓸어버리고 싶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인 것이죠. 그런 시점에서 차별 받던 로힝야족의 반군이 공격을 감행해주니 고마울 수 밖에요. 얼씨구나 하고 민군 할 것 없이 학살을 시작한 겁니다.
이제 아웅산 수지로 넘어가 봅시다. 아웅산 수지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군부를 상대로 국민의 지지를 통해 정치적 승리를 이룬 인물입니다. 피 없이 군부를 무너뜨린 성과를 인정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만 그 승리의 과정에서 군부의 특권을 묵인하는 게 빠질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군부의 막무가내식 운영을 눈 감아주면서 국민들의 이권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한계를 처음부터 가지고 정권을 잡았던 셈입니다.
따라서, 특권을 가진 군부가 반군을 제압한다는 명목 하에 민간인까지 학살하고 있지만, 아웅산 수지는 현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과거에 약속했던 대로 군부의 일에 간섭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과 국제 여론을 등에 업고 움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섣부른 행동이 군부의 반발을 불러온다면, 애써 찾은 평화가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가 버리겠죠. 나아가 불교를 믿는 대다수의 국민까지도 이슬람을 위해 목소리를 낸 수지에게서 등을 돌려버린다면 정치적 입지는 커녕 본인의 생명조차도 위험해져 버릴 것입니다. 실제로 로힝야족이 한국의 일제 앞잡이들 수준의 미움을 받고 있기에 수지가 로힝야족의 편을 드는 순간 국민들은 아마 등을 돌려버릴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한 번 내전의 소용돌이로 미얀마가 휩쓸려 들어가겠죠.
아웅산 수지도 미얀마인이기에 자신의 나라를 위해서라면 국제 사회의 비난 정도는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야 남의 나라 일이니 노벨 평화상이니 인권이니 떠들 수 있지만 자기 나라의 대다수 사람이 불행해지는 일을 꺼리는 것은, 아무리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애초부터 당연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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