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부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7.08.28 :: 판옥선(板屋船)과 세키부네(関船)
병기/조선 2017. 8. 28. 09:04

판옥선



세키 부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은 윗 그림의 판옥선이었고 일본의 주력은 아래의 세키부네였습니다. 이 두 주력 함선의 가장 큰 특징들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판옥선은 암초와 섬이 많은 조선 인근을 항해하기 위해 바닥을 편평하게 했고 함체를 크고 튼튼하게 제작해 다량의 포와 군사들을 운반할 수 있었습니다. 편평한 바닥은 제자리에서의 회전 또한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대신, 물의 저항을 많이 받아 속력이 느리고 파도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에 먼 바다로의 항해가 불가능했습니다. 여담으로 어떤 분들은 칠천량 해전 이후의 위기에 이순신 장군이 전선(판옥선) 13척만을 운용하고 왜 어선 같은 것을 징발하지 않았나 궁금하실 텐데, 지금의 이지스함이 격파되었는데 그 공백을 고기잡이배로 메꿀 수 없듯이 당시 조선 수군의 전략 및 무기 체계가 판옥선 수준의 크고 튼튼한 배를 기준으로 짜여졌기에 작은 배로는 포의 무게나 발사 시 운동량을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본의 세키부네는 봉건국가 답게 영주들의 능력과 재량에 따라 크기가 제각각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배의 바닥이 역삼각형으로 좁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섬이나 암초가 적고 먼 거리를 항해할 일이 많은 일본의 특성상 파도의 영향을 적게 받도록 만들어 속력과 항해거리를 높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나무의 재질도 튼튼한 것보다는 가벼운 것 위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바닥이 좁다보니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자동차처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제자리 회전을 시도하면 순간적으로 한 면에만 힘이 실려서 뒤집어 졌습니다. 두 배의 제자리 회전이 잘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은 얇은 지우개를 하나 꺼내서 넓은 면을 바닥에 대고 돌려보신 뒤 좁은 면을 바닥에 대고 돌려보시면 대략 차이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당시 동아시아 수전은 대략 배와 배가 '꽝'하고 맞붙어서 서로의 배 위에 병사들이 올라탄 채로 벌이는 백병전이 주를 이루었는데 일본의 세키부네는 그야말로 그러한 방식의 전투에 완전히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위의 그림에 나와있듯이 갈고리를 선두에 배치하고 배의 양옆엔 무사들이 올라탈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은 한 시대를 앞서간, 함포의 화력을 이용한 장거리 전투를 위해 판옥선을 제작했기에 (정확히는 왜구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해서 바다 위에 요새를 설치해 싸우겠다는 개념이었습니다) 두 나라는 개전과 동시에 서로 다른 전투 스타일을 추구하게 됩니다. 가지고 있는 배가 보여주듯이 일본은 접근전, 조선은 원거리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순신 장군께서 완벽한 판옥선 운용으로 포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posted by 미루나이
: